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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들리지 않는 외침

by 발가락사랑 2015. 10. 7.

들리지 않는 외침



 

어느 날 퇴근을 하면서 책을 한 권 사기 위해  서점을 찾았습니다. 


생일을 맞이하는 가족이 있어서 선물한 책을 사러 간 것입니다. 


신중하게 책을 고르면서도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 건너 편에서 버스를 타고자 


건널목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름 저녁 퇴근 시간이라 길은 아직 환하게 밝고 차량도 많았습니다. 


제가 서서 기다리던 자리 옆에 유모차를 타고 온 아주 어린 남자 


아이와 아이 엄마가 옆에 섰습니다. 


그 때 건널목 반대편에 아이의 아빠가 나타났습니다.

 

아빠를 발견한 아이가 눈이 동그래지고 활짝 웃으며 크게 소리치기 시작합니다. 


“아빠! 엄마 아빠야! 아빠!” 손을 들어 흔들면서 연신 힘껏 외칩니다. 


“아빠!”라는 소리가 멈추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차량이 많이 다니는 그 복잡한 거리에서 그 조그마한 아이의 소리는 


건너편에서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작은 승용차들이 지나갈 때는 아빠의 모습이 


보였는데, 화물 트럭이 지나가자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놀라고 긴장하여 “엄마! 엄마!  차가 아빠 덮어 버렸어!” 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곧 트럭이 지나가고 아빠가 다시 보이자 “어, 엄마! 아빠다. 아빠!” 


라고 외칩니다.

 

그러나 그 아이의 아빠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 저기 둘러 보다가 


유모차를 힐끗 보고는 다시 다른 곳을 응시할 뿐입니다. 


드디어 신호등이 바뀌었습니다. 초록빛 등이 켜지고 사람들은 건널목을 건너기 


시작합니다. 유모차를 타고 있는 그 아이는 아빠를 바라보면서 이제 다시 흥분에 


휩싸여 거의 그 자리에서 일어날 듯이 보입니다. 그리고 두 손을 높이 올리면서 


엄마가 밀어 주는 유모차 안에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건너편에 서서 기다리던 아빠 앞에 엄마와 그 아기가 탄 유모차가 당도했습니다.  


저는 지나가면서 아이의 아빠가 그 열렬한 아이를 어떤 모습으로 반겨 주실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잔뜩 기대하면서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 아빠는 유모차에 


타고 있던 아이의 머리를 한 번 문질러 주고 ... 그것이 끝입니다.

 

아무 말도 없습니다. 그저 엄마 되는 분과 이것 저것 이야기를 나눕니다. 


식사 장소를 찾는지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할 지 대화를 나누는지 저는 모르지만 


여하튼 순간이지만 아이는 관심 밖의 대상이 된 듯 합니다. 그 아이가 보여 


주었던 열렬한 아빠의 환영 외침은 사라져 갔습니다. 아이 엄마도 아들의 반응을 


굳이 아빠에게 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 상황에서 내가 서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 하면서 아이를 맞아 줄까 등등 생각해 봅니다. 일단 아이를 유모차에서 


꺼내어 번쩍 들어 안아 올린 후 뺨에 뽀뽀를 해 주고 다시 안아 주고 그리고 


말해 줄 겁니다. “아들아! 손 흔들어 환영해 줘서 고맙다. 뭐라고 외치는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네가 얼마나 열렬히 손 흔들어 주는지 마음에 전달은 되는구나. 


그래, 뭐라고 외친 거니?” 라고 물어 볼 것입니다.








































아마 이렇게 말하는 데 3분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3분 안에 식당을 정하지 않으면 


지구가 폭발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 사랑의 대화를, 


그 정도의 사랑의 표현을 못할 정도로 바쁜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잠시 때로 1분 때로 3분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우리 아들들에게 우리 딸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평안과 사랑의 안식처를 심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사춘기를 겪는 우리 자녀들도 그만큼 부모를 따뜻하게 여기니 조금은 더 


쉽게 마음 문을 열고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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