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고백
참수터로 가는 길에서
굵은 포승줄에 묶인 채 한걸음 한걸음
참수터로 향하는 이 길에서 지난 날을 회고하나이다.
나는 주를 핍박하던 자요 죄인 중에 괴수였나이다
너무나 무지하였고 작고 작은 나를 부르사
주의 길을 가게 하시오니 내 잔이 차고 넘치나이다
주를 만난 이후 지금까지
나의 호흡과 모든 걸음 걸음이
오직 주의 은혜요 사랑이었나이다
주께서 손을 내미신 그 때부터
내 생명은 떡에 의함이 아니요
오직 주의 사랑에 의함이었고
내 심장은 주를 향한 사랑의 힘으로 뛸 수 있었나이다
수없는 채찍질에 살갗이 찢기고
온 몸이 핏물로 범벅이 될 때도
빗발치는 돌들에 뼈마디가 부서질때도
망망한 바다 가운데 거친 풍랑이 눈 앞을 가로막고
한 밤중 살을 에이는 물결이 휘몰아칠때도
숱한 굶주림 헐벗음 무리들의 조롱과 멸시도
내게는 호리의 고통으로도 감각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불타는 사랑으로 뜨거웠나이다
주께서 아버지를 사랑하사 기쁨으로 십자가를 지셨듯이
나도 주를 사랑함으로 이 모든 것들 앞에
정녕 감사뿐이었나이다
그러니 주를 뵈올 때
내게 주신 모든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였노라고
고백할 수 있을는지
다시금 나의 삶을 돌아보니이다
이제 잠시 후면 나는 주의 품에 안길지니
등 뒤에는 두고 온 영혼들이 발걸음을 무겁게 하오니
나를 붙드신 주의 사랑으로 또한 그들을 지켜 주소서
내 붉은 피를 기다리는 하얀 대리석이 눈 앞에 이르고
두 팔 벌려 나를 맞으시는 주의 모습이 보이나이다
내 가슴엔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희열이
샘물처럼 솟아오르고
온 몸의 세포들까지도 감격으로 전율하나이다
이 마지막 호흡까지도
주를 위해 드릴 수 있음에 감사하나이다
오 주여 내 영혼을 받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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